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감귤을 조선시대에도 먹었을까? 당연히 현대와는 품종이 달랐을 것이다. 일반 양민들은 먹어볼 수 없었던 감귤. 제주 과원에 재배되어 조정에 진상된 감귤 12종과 제주도에 얼마 전까지 재배되었거나 현재도 재배되고 있는 재래 감귤 12종을 알아본다.
조선시대 제주 과원에서 생산된 감귤 종류
조선 시대 조정에서는 제주 감귤이 종묘 천신용, 빈객 접대 등 궁중에서 가치가 높아 주요한 진상품으로 재배하도록 했다. 이러한 감귤류 나무를 재배하던 장소가 과원이다. 제주 목사였던 이원진의 「탐라지」에 제주 3읍 37개 과원에 식재된 감귤의 종류가 상세히 나와 있다.
감자, 금귤, 당금귤, 당유자, 동정귤, 등자, 산귤, 석금귤, 유감, 유자, 지각, 청귤 총 12종의 감귤을 재배했다고 하는데 과원에 따라 그 재배하는 종류가 조금씩 달랐다고 한다.
감귤 진상의 규모와 특징
17세기에서 19세기까지 감귤 진상은 감귤의 익는 정도에 따라 9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 이루어졌으며 9월에 제일 먼저 유자가 봉진되고 제일 늦게 산귤이 진상되었다.
김상헌의 「남사록」(1601년)에 의하면 8종의 감귤이 진상되었는데 감자가 가장 많이 진상되었고, 그 다음 동정귤, 유감이 전체 진상 귤의 80%를 차지하였으며, 당유자는 결실수에 따라 봉진 하였다. 감귤은 생과 이외에도 약재로서도 중요하여 12월에 세초진상이라 하여 진피·청피·귤핵 등을 바쳤다.
17세기에서 19세기로 넘어가는동안 매년 감귤 수확의 정도에 따라 진상하는 감귤의 종류가 바뀌었다고 한다.
재래감귤의 종류
제주도에서 재배되어 왔으나 지금은 몇 종류 외에는 볼 수 없는 재래 감귤 12종을 소개한다.
(감귤박물관 홈페이지 발췌)
-유자 : 원산지는 중국 야자강 상류지역이고 감귤류 중에서는 내한성이 가장 강하고 병해충에도 강하며 제주보다는 고흥이나 경남지역에서 많이 재배한다.
-당유자 : 왕귤, 댕유지, 대유지라고도 한다. 원산지는 한국이며 동의보감에는 '당유자 껍질은 두껍고 맛은 달며 독이 없고 위 속에 나쁜 기를 없애며 술독을 풀어주고 입맛을 좋게 한다'라고 쓰여 있다. 수확은 12월에 하며 신맛이 강하고 일반 유자보다 쓴맛이 강해 설탕에 절여 당유자청을 만들거나 차로 마시는 것이 좋다. 여름에는 당유자청을 음료로 만들어 먹으면 갈증해소에 좋다.
이 당유자는 선호하는 사람이 많아 지금도 판매되고 있는 종류이다.
-진귤(산물) : 원산지는 동북아시아이며 추위에 강하고 껍질을 까서 잘 말린 것을 진피라 부르는데 한의학에서는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약재로 쓰이는데 지금은 귀한 감귤나무이다. 수확은 1~2월.
-청귤 : 원산지는 동북아시아이며 나뭇가지에 가시가 약간 있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청귤 껍질은 맛이 쓰며, 독이 없고 기와 음식이 체한 것을 내리고 적결과 격기를 깨뜨리고 하기를 치료한다. 잎은 가슴속의 역기를 끓여 당기고 간기를 움직여 유종과 협옹에 쓰였다'고 한 걸 보면 약으로 쓰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확기는 3~4월.
(오늘날 흔히 말하는 청귤은 이 청귤을 이른 것이 아니고 덜 익은 풋귤을 말한다. 몇 년 전부터 청귤(풋귤)을 설탕에 재여 만드는 청귤청이 인기가 많아 감귤 농가에서 8월 중순부터 9월 초순까지 풋귤을 판매하는데 이 재래종 청귤을 재배하는 농가도 있어 혼동되니 용어를 바꾸자고 해서 풋귤과 청귤을 구별하게 했다.)
-감자 : 원산지는 동북아시아로 추정이 되는 재래종으로 수확기는 11월이며 단맛보다는 신맛이 강한 품종이다.
-동정귤(돈진귤) : 원산지 동북아시아, 나뭇가지에 가시가 있고 애월읍 광령리에 지방문화재로 지정된 나무가 있다. 과피는 탱자와 같이 매끈하며 울퉁불퉁하고 씨가 있고 크기가 작고 달다.
-병귤 : 원산지는 한국이고 내한성 및 병충해에 강하며 나뭇가지에 가시가 약간 있고 대정읍 보성리에 수령 300년으로 추정되는 고목이 있으며 수확은 1~2월 씨가 30개 정도로 많지만 달고 상큼한 맛이 있으며 설탕에 절여 발효청을 만들면 특유의 향기가 있어 차로 마시면 좋다.
-빈귤 : 원산지는 한국이며 안덕면 서광리에 수령 170년 된 나무가 있다.
-사두감 : 원산지는 한국이며 서귀포시 서홍동에 오래된 나무가 자생하고 있고 과피가 울퉁불퉁하며 신맛과 쓴맛이 강해 식용으로는 부적합하다.
-지각 : 원산지는 동북아시아이며 동의보감에 의하면 '맛은 시고 독이 없고 주로 가슴속의 담체를 없애주고 대장과 소장을 편하게 하며 7~8월에 과실을 따서 말리며 껍질이 두껍고 제주에서만 생산되어 이름을 왜귤이라 한다' 고 하였다.
-편귤(실감, 홍귤, 복귤) : 원산지는 한국이며 과피는 매끈하며 수확기는 2~3월이다.
-홍귤 : 원산지는 제주와 일본으로 추정되면 수확기는 2~3월이며 제주도에 있는 재래종 중에서 유일하게 섬(섶섬)에 자생한다.
글 작성 후의 소감
재래 감귤의 종류가 이렇게도 많다는 것이 놀랍다. 이렇게 자세한 기록이 남아 있다는 것은 얼마 전까지 제주도에 재배되었다는 것인데 수확량과 입맛의 변화로 품종 개량되어 없어졌을 것이다.
유자, 당유자, 진귤, 청귤은 지금도 제주에서 귀하게 볼 수 있는 감귤로, 그 명맥을 이어 소규모로 재배하는 농부들이 있다. 예전의 약성을 강조하여 건강 식품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아 재배 면적이 넓어지고 있다고 들었다.
그 외의 재래 감귤들은 이름도 들은 적이 없어 이 포스팅을 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다. 재래 감귤의 오래된 고목들이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몇 그루 있다니 기회 되면 재래 감귤의 고목들을 찾아보고 싶다.
덧붙여, 조선 시대의 금물과원을 서귀포농업센터 옆에 복원했는데 그 장소에 재래 감귤들을 모아 심어놓으면 감귤 재배 산지다운 역사성을 보여 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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