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옷 수거함의 옷이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 본 적 있나요.
우리는 철이 바뀔 때마다 옷 정리를 합니다. 사계절이 순환하는 우리나라에는 철마다 입어야 할 옷이 달라 사기도 많이 하고 버리기도 많이 하죠.
저도 이번 겨울에 두꺼운 외투를 몇 개나 내놨습니다. 추운 서울에서는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니 꼭 필요했던 옷들이 따뜻한 남쪽 지방에서 주로 자가용으로 이동하니 입을 틈 없이 겨울이 지나가 버리곤 하여 한 번도 입지 못하고 10년 이상 모셔뒀다가 드디어 결단 내려 동네 옷 수거함에 넣었습니다. 여기에 넣으면 누군가 필요한 사람에게 싼 가격으로 팔리든가 일부는 옷이 필요한 사람에게 기부도 될 것이고 해외에 중고의류로 수출될 것이니 좋은 일하는 거라며 기꺼운 마음으로 말이죠.
그런데 그게 아니라네요. 내가 내놓은 멀쩡한 옷들이 다른 나라에 수출이란 이름으로 포장되어 보낸 것이 결국은 쓰레기장으로 가서 지독한 환경문제를 일으킨다고 합니다.
이 글을 쓰게 된 것은 마침 <한겨레21>에서 [당신이 버린 옷의 최후]-국내 최초 수거함 속 153벌 GPS활용 이동 경로 추적기- 통권 11호 (1545호)를 발간한 것을 읽고 나서, 헌 옷 처리에 대해 새로 알게 된 사실들과 패스트패션에 대해 생각해야 할 지점이 많아 같이 공유하고 싶어서입니다.
헌 옷 수거함은 민간기업 소유
동네마다 있는 헌 옷 수거함이 관의 통제 아래 있는 줄 알았더니,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와 관계없이 민간회사 소유라네요. 관이 설치한 쓰레기장이나 아파트의 경우 지정된 쓰레기장에 설치되어 있어 지자체에서 어느 정도 관리하고 관여하는 줄 알았더니 전혀 상관없어 얼마나 많은 헌 옷이 수거되는지 확인할 통계가 없답니다.
고급 아파트나 부자 동네의 헌 옷, 신발 등은 중고명품 시장에서 거래되어 국내에서 순환된다고 치고, 문제는 패스트패션으로 양산되는 옷, 가방, 신발 등을 우리가 "한두 번 입고 버리면 되지" 사서 쟁였다가 한 번도 입지 않고 유행 지났다고 버리기도 하잖아요. 이렇게 버린 옷들이 헌 옷 수거함에서 꺼내져서 어디로 가는지를 깊이 있게 파헤친 통권 기사입니다.
수거함의 옷들은 저소득국가에 중고의류로 수출
헌 옷 수거함에서 수거된 옷들은 국내에서 극히 일부가 재활용되거나 소각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저소득국가에 중고의류로 수출됩니다.
한겨레21 취재팀이 전국의 헌 옷 수거함의 헌 옷과 헌 신발, 모자, 인형 등에 갤럭시 '스마트태그'와 인공위성 기반의 GPS 추적기 153개를 달아 이들의 경로를 추적해 보았답니다.
추적기를 부착한 옷은 몇 달이 지난 뒤 일부는 동남아 국가, 인도, 필리핀에서, 일부는 태평양 건너 남미권 국가에서 신호를 보내왔는데, 대부분의 옷은 인도나 타이 같은 아시아권 국가 어딘가에 쌓여 쓰레기산이 된답니다.
몇 년 전 우리나라에 일본산 석탄재, 폐타이어, 폐섬유 등 재활용 폐기물이 수입되어 들어온다고 사회 이슈가 된 적이 있었잖아요. 환경부가 나서서 신고제로 완화시켜 줘서 많은 물량이 반입됐는데, 우리나라처럼 환경단체가 감시하고 있는데도 이러니, 저소득국가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대부분 묵인할 것이니 오죽할까 생각 듭니다.
모든 수출 중고의류를 처음부터 쓰레기로 보내는 것은 아니겠죠. 그중 일부는 중고의류로 현지 중고시장에서 팔리기도 하겠지만 그 양은 미미하고, 팔리면 팔고 안 팔리면 결국 쓰레기로 처리되지 않겠어요? 한국뿐만 아니라 소위 선진국가에서 동남아나 남미, 아프리카 등 저소득국가에 중고의류 수출이란 명목으로 계속 보내니 이미 포화상태가 되어 그 많은 의류가 결국 쓰레기장으로 보내지는 겁니다.
선진국들의 의류 폐기물장이 된 저소득국가들의 폐해
수출업체와 수입업자는 합법적을 보내고 받겠지만 그 양이 감당이 안될 만큼 많다는 것이 문제이겠죠.
결국 처리 비용을 줄이기 위해 불법 매립이나 불법 소각하게 되는 수순을 밟게 되고, 매립장의 독성 침출수가 인근 마을과 지역의 하천, 그리고 농경지에 스며들겠고요. 무방비로 소각하는 합성섬유의 분진과 미세먼지로 인해 환경오염과 더 나아가 온실가스 문제까지 일으킵니다.
그리고, 더 심각한 것은 중고의류를 재활용하기 위해 잘게 자른 옷을 표백공장에서 표백해야 하는데 그때 쓰이는 산업용수가 독성물질이라 제대로 처리해야 한데도 비용을 아끼기 위해 불법으로 하천이나 강에 방류함으로써 인근 지역 사람들이 심각한 질병에 시달린다고 합니다.
가난한 농민과 공장 사람들은 질병에 시달리면서도 당장 일자리가 없어 공장을 떠나지 못하고 지하수도 오염된 마을에서 오염된 농산물 먹으며 살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패스트패션 기업들은 홍보대로 헌 옷을 재활용할까요?
대량생산으로 전 지구적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패스트패션 업체들의 책임은 없는 걸까요.
그런 소문 들어보셨죠.
브랜드가 알려진 의류업체들이 재고 의류들을 소각한다는 거요. 재고 의류를 싸게 팔면 브랜드 이미지가 나빠진다고 해서 불태워 버린다는 거죠. 실제 의류산업 종사자들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에도 나와 있네요.
글로벌 패스트패션 업체들(H&M, ZARA, 유니클로 등)은 매장에 헌 옷 수거함을 설치하고 수거한 옷을 재활용하겠다고 광고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친환경을 강조하는 제스처이죠.
한겨레21 취재팀이 이 기업들의 헌 옷 수거함에 추적기를 달았는데 정말 재활용이 되는 건지 의구심을 갖게 하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더 자세한 것은 한겨레21 1545호를 직접 보시기 바랍니다.
다국적 패스트패션 기업들은 수거함이라도 놓고 사회적 책임을 한다는 제스처라도 보이지만 국내 패스트패션 기업들은 대부분 의류 수거함조차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대기업들이 수거함의 옷들을 국외 저소득국가에 기부하거나, 중고의류들이 싸게 몰려가면 원래 그 국가에 있던 의류시장이 초토화된다고 합니다.
기업들은 이런저런 무늬만 그럴싸한 자원순환 정책을 내세울 게 아니라 생산량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결론을 관련 학자들은 내리고 있습니다.
'옷 덜 사기'는 기본, 의류 공유로 나와 지구를 살리자
패스트패션 등장으로 저가의 옷이 시장에 풀리면서 중·고소득국가에서 의류 소비량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미국인은 연간 50벌 구매하고 한국인은 연간 8~16벌을 구매하고 MZ세대는 의류 소비로 연 10만 원 이상을 지출하고 있답니다.
이렇게 마구 사들이는 옷들을 몇 번 입지도 않고 의류수거함에 버리면 우리의 환경적 죄책감은 줄어들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매년 발생하는 세계 의류 쓰레기가 약 4700만 톤(2017년 기준), 이 가운데 87%가 쓰레기로 처리된다고 합니다. 한국의 폐기 의류는 40~50만 톤(2022년)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국외로 수출되는 중고의류가 약 30만 톤이나 되어 전 세계 4위의 중고의류 수출대국입니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국가 시민들의 무분별한 소비가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국가의 생활환경은 물론이거니와 주민들의 삶마저 위협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조금이라도 옷을 적게 사고, 산 옷은 조금이라도 오래 입는 것이 세계 시민의 윤리적 삶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위 글은 [한겨레21] 1545권 <당신이 버린 옷의 최후>를 읽고 기사 내용을 참고하여 제 생각을 적어 봤습니다.
'이런 게 궁금해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농산물 '이삭줍기' 가 범죄?! 각박한 사회의 한 면을 보여주는 현상 (1) | 2025.02.10 |
---|---|
모바일 주민등록증 발급 과정은 두 가지 / 모바일 신분증 검증 앱으로 위.변조 확인 (2) | 2025.01.04 |
2025년 공공 일자리 110만 개! 노인 일자리 참여 자격, 신청 기간, 신청 방법 (5) | 2024.12.04 |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 국가표준식물목록 / 국가생물종목록을 통합하면 안 될까요? (3) | 2024.11.23 |
알뜰폰은 속도가 느리고, 나이 든 사람들이 사용한다고요? 요금 싸고 / 데이터 속도 같고 /약정 없고 / 해외로밍 됩니다 (4) | 2024.11.21 |
물냉이가 영양 100점? 채소 영양 순위 1위! 물냉이 효능과 부작용 / 자연산 물냉이 채취 (2) | 2024.11.20 |
2024 제4회 제주 비엔날레 /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 : 서양미술 400년 명화특별전 (4) | 2024.11.19 |
제주 돌담에는 이름이 있어요. 제주돌담 사전 / 제주 돌멩이 반출 제한 (1) | 2024.11.1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