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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산책

국생종에 기재된 한국 자생난초 103종 정리 / 난초 이름 정명('-난초'와 '-란') /제주 자생난초 64종/ 멸종위기 난초 42종

by 오늘도 소풍 2024. 6. 10.

난초를 포스팅할 때는 꼭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종)에서 정확한 이름, 국명(정명)을 확인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르는 대로 적다 보면 정명이 아니라 비추천명(이명)이란 걸 뒤늦게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제가 새우난초를 몇 년 동안 포스팅하면서 '새우란'이라고 적었습니다. 대부분 새우란, 금새우란, 여름새우란 이렇게 말하거든요. 저도 국생종을 자주 봐서 새우난초가 정명인 건 알고 있었지만 별다른 생각 없이 새우란이라고, 다들 그렇게 부르니 나도 불러야지 한 거죠.

그런데 다른 난초들을 포스팅하면서 보니 난초? 란? 어떤 이름은 '난초'가 붙고 어떤 이름은 '란'이 붙습니다.

규정대로 불러야지 부르기 쉽다고 막 붙여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국생종의 난초 국명을 모두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정리할 필요를 느낀 것이죠.

 

'-난초'와 '-란'은 어떤 경우에 붙을까요?

국어사전에서는 두음법칙을 얘기하죠. 난초 란(蘭)의 ㄹ이 단어 맨 앞에 올 때는 ㄴ으로 변하여 난초가 된다구요. 고유어·외래어+ 한자어가 결합한 경우 두음법칙이 적용되니 -난초라 하고, 한자어+한자어 합성어는 두음법칙이 적용되지 않으니 -란이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국생종에 오른 난초 이름들은 꼭 이 규칙을 지킨 것이 아니라서 문제인 거죠.  거미는 고유어이니 난초를 붙여야 하는데 '거미란', 은난초, 약난초는 한자어이니 은란, 약란(비추천명)이어야 하는데 은난초, 약난초가 국명입니다.

이렇게 일정한 규칙없이 혼재되어 붙이고  있으니 국생종의 국명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 들꽃애호가들은 정명으로 난초 이름을 부르려면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네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해서 국립수목원에 들어가 봤습니다만 그에 대해서는 해명한 자료가 안 보이고 문의할 곳도 못 찾았습니다. 

 

식물명 관리하는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종)

우리가 식물명을 알고 싶거나 어떤 식물에 대해 궁금하면 대부분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종)을 검색해 봅니다. 네이버에서 어떤 식물명을 검색하면 보통은 두산백과가 제일 먼저 뜨지만 저는 먼저 국생종을 찾아서 봅니다. 국생종은 국립수목원에서 관리하는 국가 시스템이기 때문에 여타 사이트 자료보다 신뢰를 두고 있는 거죠.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2007년에 한국식물분류학회와 함께 국가적 차원에서 우리나라 식물자원에 대한 표준화된 목록인 '국가표준 식물목록'을 발간하였고 '국가수목유전자원목록심의회'를 두어 그 안에 '국가식물목록분과'를 두고 자생 및 외래식물의 식물명을 관리하고 있답니다.

처음 미기록식물이 발견되면 어떤 절차를 거쳐서 이름이 붙고 국생종에 올라가는지 궁금한데 그 절차는 못 찾았습니다.

 

국생종에서 자생난초 검색해 보니 총 103종

이왕 국립수목원과 국생종 뒤졌으니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난초 종류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국생종을 검색하니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난초과는 모두 103건이 나오네요.

국생종의 식물도감→이름으로 찾기→일반검색 국명 창에서 난초를 입력하면 총 47건이 보입니다. -난초가 붙은 이름이 47종이란 거죠.

식물도감→자세히 찾기→분류군을 난초과로 지정하고 검색하면 총 103건이 보입니다.

이름에 -난초, -란이 붙거나 붙지 않은 것까지 난초과는 모두 보이는데 난초과에 속하는 자생 식물이 103종 등록되어 있네요. 

국생종에 등록되어 있는 난초 103종의 국명과 비추천명을 정리하면서  2024년 현재 IUCN 적색목록에 올라가 있는 난초 42종도 위급, 위기, 취약으로 구분하여 정리했습니다. 이왕 하는 작업이라 제주에 자생하는 난초 64종도 개화 시기와 함께 표기했습니다.

그럼, 표로 정리하기 전에 학명과 국명, 적색목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학명, 국명(정명), 향명(이명)

식물의 학명(學名)은 식물을 고유하게 식별하기 위해 국제명명규약에 따라 표준화된 학술 이름을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속명과 종소명을 라틴어로 기재하며, 명명자를 표기합니다.

국명(國名)은 각 나라에서 고유하게 부르는 식물이름으로 일반인은 정명(正名)이라고 하는데 국생종에서는 국명이라고 하네요.

향명(鄕名)은 지방마다 달리 부르는 이름을 말하며 이명(異名)이라고도 합니다.

국생종에서는 국명(정명)과 비추천명(향명, 이명)으로 구분했네요. 

예를 들어 봄이 되면 전국 들판에 이쁘게 피어나 많은 이들이 좋아하고 그 이름을 알고 있는 개불알풀(정확히는 큰개불알풀)을 핸드폰으로 국생종에서 검색해보겠습니다. 

"국생종" 검색하여 들어가면 여러 도감과 함께 맨 위에 식물도감이 보입니다. 식물도감  클릭 → 국명 창에 개불알풀을 입력하면 개불알풀 종류 4가지가 보이고, 개불알풀을 클릭하면 기본정보가 보입니다. 

 

식물명 : 개불알풀

             [개불꽃] [봄까지꽃] [지금] [쌍꼬리풀]

학명 : Veronica polita Fr.

분류군 : Scrophulariaceae(현삼과)

 

개불알풀이 국명(정명)이고, [개불꽃]~[쌍꼬리풀]이 향명이며 이명인 거죠.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봄까치꽃은 없네요? 개불알풀이라고 말하기 남사스럽다고 듣기 좋게 봄까치꽃이라고 하자고 한 때 서명 운동이 일어날 분위기였죠. 봄까지 피는 꽃이라 해서 이명이 봄까지꽃입니다. 그걸 봄을 반기는 까치에 빗대어 봄까치로 부르자고 일반인들이 동감해서 요즘은 정명처럼 쓰고 있네요. 일반인 모두가 봄까치라 한다고 해서 이름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학명은 국제적으로 까다로운 조건과 규칙에 따라 변경해야 하지만 국명은 우리나라 사람이 부르는 이름이니 바꿀 수는 있겠지만 이미 식물도감과 사전에 오른 이름을 이상하다고 쉽게 바꿀 수는 없는 거죠.

하지만 이제 꽃이름은 식물학자들만의 것이 아닌 대중의 시대가 됐기 때문에 듣기 거북한 이름은 어떤 절차를 거쳐 바꾸어도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입니다. 우리 선조들이 붙인 이름도 있지만 일제 시대에 일본 식물학자가 붙인 것으로 일본 꽃이름을 그대로 번역한 것들도 상당하거든요.

 

IUCN Red List(멸종위기생물 적색목록)

자연보전연맹(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에서 지구 생물종의 멸종 위협에 관한 글로벌 수준의 가장 포괄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목록을 말합니다.

국생종의 식물자원 탭에서→보호식물 →적색목록 → 과분류(난초과) 클릭하면 총42건이 보입니다. 위급(멸종위기야생생물Ⅰ급) 16건, 위기(멸종위기야생생물Ⅱ급) 19건, 취약(보전보호식물) 7건.

우리나라 난초 42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죠.

적색 목록에 올라 있는 난초들은 아래 표 적색 목록란에 국생종이 표기한 대로 위급, 위기, 취약으로 표시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식물자원은 산림청과 환경부에서 각각 관리하고 있어 두 부처 간의 기싸움도 있는 것 같은데 한 식물에 다른 두 가지 적색목록을 부여한 것도 이상하고 이래서야 체계적인 관리가 될까 싶습니다.

국가의 중요한 식물자원을 독립된 기관이 관리하도록 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국생종도 오류가 많이 보이고 기후변화로 인해 식물의 변동성이 매년 눈에 띄게 달라지는데 국생종 기재문에 반영하지 못하고 언제 적 자료를 그대로 두고 있는지 답답한 느낌입니다.

더구나, 멸종위기 식물에 대한 현지 자원 보존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어 몇 십 년 후엔 이 땅의 식물 수십 종은 영영 볼 수 없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난초 이름 정확하게 불러줄까요?

우리나라 자생 난초의 국명(정명)과 비추천명(향명, 이명), 적색목록(위급, 위기, 취약)과 함께 제주에서 자생하는 난초도 개화시기와 함께 정리한 표입니다.

국생종에서 표기한대로 가나다 순서대로 정리해 봤습니다.

 

연번 국명(정명) 비추천명(이명) 적색 목록 제주 자생
1 갈매기난초 갈매기란 취약 제주, 여름
2 감자난초 감자난    
3 개미난초 개미란    
4 개잠자리난초     한국 특산
5 개제비란 개제비난   제주, 여름
6 거미란 거머리란    
7 계우옥잠난초     제주도 특산
8 광릉요강꽃 광능요강꽃 위기  
9 구름병아리난초 구름병아리란 위기  
10 구름제비란 금산자주난초    
11 금난초 금란   제주, 봄
12 금새우난초 금새우란, 금새우난 위기 제주, 봄
13 금자란 금산자주난초 위급 제주, 봄
14 꼬마은난초     제주, 봄
15 나나벌이난초 나나니난초   제주, 여름
16 나도씨눈란 진들난초 위기  
17 나도잠자리란 나도잠자리난초   제주, 여름
18 나도제비란 방울난초   제주, 여름
19 나도풍란 노란나비난초 위급 제주, 여름
20 나리난초 나리란    

 

연번 국명 비추천명 적색목록 제주 자생
21 나비난초 나비란    
22 날개옥잠난초 보라옥잠난초   제주도 특산
23 너도제비란 향제비란    
24 넓은잎잠자리란 나도잠자리난    
25 노랑복주머니란 노랑개불알꽃    
26 다도새우난초 다도새우란    
27 닭의난초 닭의난   제주, 여름
28 대흥란 두륜란 위기 제주, 여름
29 두잎감자난초 잠자리란아재비 위기 제주, 여름
30 두잎약난초 종덕이난초 위급 제주, 봄
31 무엽란 덧꽃울란 위기 제주, 여름
32 방울새란 방울새난   제주, 초여름
33 방울난초 흑십자란 위급 제주, 가을
34 병아리난초 바위난초   제주, 여름
35 백운란 백운난초 위기 제주, 여름
36 보춘화 보춘란   제주, 봄
37 복주머니란 개불알꽃 위기  
38 붉은사철란     제주, 여름
39 비비추난초 비비추란 취약 제주, 초여름
40 비자란   위급 제주, 봄
41 사철란 알록난초   제주, 여름
42 산제비란 산제비난   제주, 여름
43 산호란 나도애기무엽란    
44 새둥지란 홍산무엽란    
45 새우난초 새우란   제주, 봄
46 석곡 석곡란 위기 제주, 초여름
47 섬사철란 산닭의난초   제주, 가을
48 소란   위급 제주, 가을
49 손바닥나비난초 북방나비난초    
50 손바닥난초 뿌리난초 위급 제주, 여름
51 신안새우난초   위급  
연번 국명 비추천명 적색목록 제주 자생
52 쌍잎난초 두잎난초    
53 씨눈난초 구슬난초 취약 제주, 여름
54 애기무엽란 무엽난초    
55 애기사철란 산알록난초 위기 제주, 여름
56 애기제비란 두메제비난초   제주, 여름
57 애기천마   위기 제주, 여름
58 약난초 약란   제주, 여름
59 양머리복주머니란      
60 얼치기복주머니란 겨자복주머니란    
61 여름새우난초 여름새우난 위기 제주, 여름
62 옥잠난초 구름나리란   제주, 봄
63 유령란 개난초    
64 유명난초      
65 으름난초 개천마 위기 제주, 여름
66 은난초 은란   제주, 봄
67 은대난초 댓잎은난초   제주, 봄
68 이삭단엽란 쌍잎난초 취약 제주, 여름
69 임계청닭의난초      
70 자란 대암풀   제주, 초여름
71 잠자리난초 민잠자리난초   제주, 여름
72 제비난초 쌍두제비란    
73 제주나리난초 나리난초   제주, 봄
74 제주무엽란     제주, 여름
75 제주방울란 제주방울난초 위급 제주, 가을
연번 국명 비추천명 적색목록 제주 자생
76 주름제비란 노랑난초 취약  
77 죽백란 돈란 위급 제주, 여름
78 지네발란 지네난초 취약 제주, 여름
79 차걸이란 나도제비난 위급 제주, 봄
80 참나리난초 참나나벌이난초   한국 특산
81 천마 수자해좃   제주, 여름
82 청닭의난초 부전란    
83 청사철란 철사철란    
84 콩짜개란 덩굴난초 위기 제주, 봄
85 큰방울새란 큰방울비란   제주, 여름
86 큰제비란 큰제비난    
87 키다리난초 나리란    
88 타래난초 타래란   제주, 여름
89 탐라란   위급 제주, 여름
90 털복주머니란 분홍털복주머니란 위급  
91 털사철란 병아리난초   제주, 여름
92 털쌍잎난초 두메두잎란    
93 포태제비란 조선몽울란    
94 풍란 꼬리난초 위기 제주, 여름
95 풍선난초 애기숙갈난초    
96 한라옥잠난초 구름나리란 위급 제주, 여름
97 한라잠자리란 큰잎제비란    
98 한라천마   취약 제주, 가을
99 한란   위기 제주, 겨울
100 해오라비난초 해오라기란 위급  
101 혹난초 보리난초 위기 제주, 여름
102 흑난초   위기 제주, 여름
103 흰제비란 흰난초   제주, 여름

 

국생종의 난초과 식물을 표로 정리해 봤습니다.

기재되어 있는 103종 중에 제주도에는 64종이 자라고 있네요. 국생종에는 기재되어 있지 않지만 아기쌍잎난초, 붉은새우난초, 한라새둥지란, 한라새우난초, 영아리난초 등도 제주에서 자생하고 있는 난초이죠.

난초 대가이신 이경서 선생님께서 백두산까지 포함하여 140여 종을 찾으셨다니까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난초가 100여 종은 되나 봅니다.

그런데, 멸종위기 1·2급, 취약종으로 분류된 난초가 42종이나 되어 자연에서는 어쩌면 영영 볼 수 없을 것도 같습니다. 대신, 화원이나 수목원, 식물원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제주의 그 많던 난초들을 누군가 도채하여 개인적으로 사고팔거나 식물원이나 수목원 등 기관에 판다고 하니깐요.

 

제가 이렇게 표로 작성하여 한눈에 제주도 자생 난초를 파악할 수 있게 작업하면서 혹시 이 작업이 그런 도채꾼들에게 도움이 될까? 잠깐 그런 우려도 했습니다만 이미 그 사람들은 웬만한 식물학자들보다 난초 생육에 대해 더 잘 알고 자생 지역도 이미 다 파악하고 있을 겁니다. 

오죽하면 기관에서 필요한 수종이 있으면 불법 채취꾼인 줄 알지만 그들에게 부탁할까요?

 

일부 도채꾼들은 난초를 도채해서 대량으로 증식시켜 판매도 한다니 멸종되지 않게 제자리에 가져간 만큼이라도 심어놓으면 좋겠습니다. 

 

 제주 자생난초 손바닥난초  제주 자생난초 콩짜개란
제주 자생난초 손바닥난초와 콩짜개란

 

제가 담은 손바닥난초와 콩짜개란입니다. 한라산에서 본 이 손바닥난초는 이제 볼 수 없고 제주숲에서 본 이 콩짜개란은 거의 훑어가버려 몇 개채만 남았습니다.

콩짜개란을 내년에도 다시 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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