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런 게 궁금해요

제주에 산악박물관 있는 거 아시나요? 한라산 등반 전후에 들러보면 좋을 제주만의 특별한 박물관

by 오늘도 소풍 2024. 5. 8.

한라산국립공원 관음사지구 야영장 주차장 서쪽에 산악박물관이 있어요. 

주차장 한쪽에 숨듯이 나지막하게 들어서 있어 눈에 잘 안 띄죠. 저도 몇 번 지나다니다가 알게 되었는데 미루다가 지난주에야 관람했네요. 3,40년 전 산에 다니신 분들이라면 예전 등산용품 등을 보면서 추억에 잠기실 겁니다. 고상돈, 오희준 등 젊디 젊은 나이에 산에 영원히 안긴 제주 산악인들의 추모의 장이기도 하고요. 

산록북로를 지나거나 한라산 등반 시 관음사지구로 하산하시면 한 번 들러보세요.

 

한라산국립공원 산악박물관 소개 

주소 : 제주시 산록북로 588 (한라산 관음사지구 야영장 주차장 서쪽)

관람료 : 무료

휴관 : 매주 월요일 (공휴일인 경우 개관)

관람시간 : 09:00~17:00

담당부서 : 세계유산본부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

전화번호 : 064-710-4632~4634

한라산 국립공원을 찾는 탐방객에게 세계 최고봉을 오른 국내외 산악인의 역사, 등반의 변천사, 자료수집, 각종 기록·보존·전시 등 박물관을 조성하여 특색 있는 탐방 문화공간을 조성함으로써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함에 목적이 있다. (산악박물관 홈페이지 안내문 인용)

 

한라산국립공원 산악박물관 한라산국립공원 산악박물관
한라산국립공원 산악박물관 

2015년 3월 24일 개관해서 10년 된 건물인데 그 동안 단장을 안 했나 보네요.

이 건물 맞은편에 사무실이 있는데 인기척이 없어 그냥 박물관으로 들어갑니다.

오른쪽 사진은 박물관 입구에 있는 암장인데 볼더가 많이 박혀 있어 누구나 암벽 체험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제가 몇 개 잡고 올라가 봤습니다. 실내 암벽교육을 하는지는 모르겠어요. 

 

제주산악인 양하선 기증자료 특별전

 

양하선 기증자료 특별전양하선 기증자료 특별전
양하선 기증자료 특별전

마침 산악인 양하선 기증자료 특별전이 2024년 4월 17일~6월 30일 열리고 있네요.

'산 그리워 산에 들던 내 인생의 꽃피는 봄'

주제가 참 가슴에 절절합니다. 

왕년에 산 좀 타 봤던 분들은 저 글귀 읽으면서 가슴이 찡할 것 같아요. 제가 그랬거든요. 이 글 쓰면서도 산 너머 산그리메, 가없는 연봉들, 골골이 이어지는 깊은 계곡... 젊은 날의 지리산이 그립네요.

 

오른쪽 사진은 50년대부터 90년대까지의 한라산에 들어 담은 사진들인데 필름사진이라 해요. 2000년 이후에 핸드폰이 본격 보급되면서 사진이 흔해졌는데 이전에는 귀한 카메라라 사진도 귀한 자료입니다.

 

 

기증자료로 보는 산악활동기증자료로 보는 산악활동
기증자료로 보는 산악활동

 

이번 전시에서는 양하선 님의 기증자료 174점 중 1950년~2000년대 산악활동을 가늠할 수 있는 피켈, 의류, 배낭 등 등산장비와 사진 80여 점을 볼 수 있습니다.

1977년 에베레스트 동계훈련 제주 대표였던 양하선 님은 2000년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2001년 남미 최고봉 아콩카구아, 2002년 유럽 최고봉 엘부르즈 등정까지 쉼 없이 산을 오른 산악인입니다.

1974년~1980년 제5대 제주산악안전대 대장을 지내면서 산악구조활동을 인정받아 제주도 문화상 부문 공익상을 수상했답니다. (출처 : 헤드라인제주 발췌)

 

 

산악박물관의 전시실 모습산악박물관의 전시실 모습
산악박물관의 전시실 모습

 

한라산국립공원 산악박물관의 내부 구성

 

산악박물관은 아담한 단층 건물입니다. 공간이 넓지 않으니 내부를 열린 형태로 구성하였고 전시실은 하나만 있습니다. 

출입구 가까운데서부터 한라산을 홍보하는 안내의 장, 한라산 등반의 간접 체험의 장, 제주 출신 산악인 추모의 장으로 세 파트로 꾸몄습니다.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을 홍보하는 안내의 장에서는 한라산과 관음사 탐방정보를 소개하고 자연보호를 위한 올바른 산행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드론으로 촬영한 한라산의 다양한 모습들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등반을 간접 체험하는 장에서는 모형, 영상, 패널의 복합 연출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했고요.

제주출신 산악인을 기리는 추모의 장에서는 세계 최고봉을 오른 제주 출신 산악인 고 고상돈, 고 오희준을 소개하고 국내 등반사를 재조명해 국내외 산악인들의 역사와 등반의 변천사를 전시하고 있습니다. 

 

고상돈 "여기는 정상, 더 오를 곳이 없다" 

 

1977. 9. 15.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 등정(8,848m)에 성공한 (고)고상돈.

그로써 대한민국은 세계 8번째 에베레스트 등정 국가가 됐습니다. 대부분의 국민이 가난한 시절, 세계의 정상에 올라 대한민국의 존재를 알리고, 국민에겐 자신감을 심어준 고상돈의 에베레스트 등정.

이 날을 기념하여 9월 15일을 산악인의 날로 정했다고 합니다.

 

위 연보를 읽으면서 얼마나 가슴이 아픈지...

결혼한 지 1년 만에 31세에 산악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네요. 가족의 슬픔은 어떠했을까요.

북미 최고봉 매킨리 남봉(6,194m)을 한국 최초로 등정한 후 하산 도중에 추락사했답니다. 고상돈 대장과 이일교 대원의 유해는 고국으로 운구돼 전국산악인장으로 장례식을 치렀고, 1980년 그가 어린 시절 꿈을 키웠던 한라산, 1100 고지로 이장하여 한라산의 품에 안겼답니다.

그의 유품은 현재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고 합니다.

 

1100 휴게소 옆 백록像이 있는 곳이 고상돈공원입니다.

백록 옆에 고상돈像과 기념비가 있고 1100 고지에 그의 묘소가 있습니다. 1100도로의 일부는 고상돈路 명예도로가 명명되어 있고요.

매년 가을이면 고상돈기념사업회에서는 1100도로 어승생수원지 삼거리에서 1100고지 고상돈 공원까지 '한라산 고상돈로 전국 걷기 대회'(2023년 제13회)를 엽니다. 어승생삼거리에서 고상돈공원까지 8,848m를 걷는데 바로 에베레스트 높이이죠.

걷기 대회 후엔 추첨을 통해 블랙야크 회사가 협찬한 등산장비를 제공합니다. 올 가을에 제주 여행 계획 있으시면 미리 신청하셔서 특별한 추억 남기시길 바랍니다. 

 

제주 적토마 오희준

 

고 오희준은 1999년부터 2006년까지 8년 동안 8천 미터급 10좌를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이 등정했다니....

적토마라 불릴만합니다.

2003년에는 세계 최단기록인 44일 만에 남극점 도달, 2004년에는 북극점, 2006년에는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하여 지구 3극점을 밟았다니 정말 세계적인 산악인이었네요.

그런 그가 2007년 5월 16일 한국의 에베레스트 초등 3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로 에베레스트 남서벽 신루트(코리안루트)를 개척하기 위해 등반하던 중 캠프 4에서 눈사태를 만나 37세로 이승을 떠났다니 정말 안타깝습니다.

제주도는 그의 도전정신을 기리기 위해 2020년 서귀포시 비석거리~남서교 앞까지 제주 516도로 중 7.8km 구간을 오희준路로 명예도로명 부여했습니다.

 

 

오희준의 등산복과 용품들
오희준의 등산용품과 흔적들

 

 

산악박물관 관람 소감

전시실에서는 오래 전의 등산복이나 등산용품을 볼 수 있고 한국 등산의 역사와 과정들을 사진과 함께 볼 수 있어 추억과 함께 역사를 공유하는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예전의 열악한 용품들을 보면 지금의 고급 소재의 용품들과 비교할 수 없게 조악하달 수 있지만 그래도 열정으로 그 무거운 짐들을 메고 산을 올랐던 옛날 풍경들이 떠올랐습니다.

 

산은 동경과 그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산악인들의 사고사를 접할 때면 자연의 엄혹함을 일깨우게 됩니다. 이제 높은 산은 꿈에나 오를까, 오름이나 낮은 산들에서 유람하는 신세입니다만 가끔 한라산에서 마주치는 자연의 경고에는 두려움이 느껴집니다.

 

산을 오르시는 분들은 안전산행을, 트레킹과 여행을 즐기시는 분들은 안전과 즐거움이 함께 하길 바랍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