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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궁금해요

속담으로 본 빈대/ 빈대의 특성/빈대 재확산 원인 /빈대 예방

by 오늘도 소풍 2023. 11. 28.

빈대가 전국 곳곳에서 발생했다는 기사를 보고 제일 먼저 떠오른 속담. "빈대도 낯짝이 있지"  빈대를 본 적이 없어 빈대 낯을 상상할 수 없지만 빈대 낯이 어떻길래 왜 하필 염치없는 사람을 빈대에 비유했을까. 우리 속담 중 빈대가 나오는 속담은 몇 가지나 있을까.

우리나라 속담 중 빈대가 나오는 속담을 모아보았다. 우리 속담에 빈대가 등장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가까이에 있었다는 건데 언제부터, 왜, 빈대가 우리와 멀어졌을까.    

궁금해져서 검색도 해보고 마침 주간지(한겨레21 제1488호 '전국에 빈대 붙은 너는 누구냐' 참조)에 빈대 기사가 있어 빈대의 생김새, 특성, 빈대 박멸, 발생 원인 등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다.

 

속담으로 본 빈대 

우리나라 옛이야기와 속담에 빈대가 등장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와 매우 가까웠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 역사 속에 고려 기록에는 빈대의 옛이름이 갈보(蝎鋪)인 것, 조선 시대의 여러 문헌에는 빈대 대발생 기록 등이 있고, 특히 황현의 「매천야록」에는 1895년 9월에 서울에 빈대가 비 오듯 쏟아졌다는 기록이 있는 걸 보면 오랫동안 한반도에 빈대가 살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빈대도 낯짝(콧등)이 있다  지나치게 염치가 없는 사람을 나무라는 말 (낯짝은 얼굴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체면과 염치를 가리키기도 하는 데 아주 작은 빈대의 얼굴만큼의 염치도 없다는 뜻)

중이 고기 맛을 알면 절에 빈대가 안 남는다 억제하였던 욕망을 이루거나 무슨 좋은 일을 한 번 겪으면 그것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리고 덤빈다는 말 (옛날에는 절에 빈대가 많았다고 함)

빈대 붙는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면서도 치사하게 남에게 빌붙어서 이득을 보려는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빈대가 공짜로 남의 피를 빨아먹는 것에 비유)

빈집의 빈대 먹지 못하고 굶주려서 바싹 여윈 모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흡혈 전 빈대가 납작한 모양인 것 비유)

장발에 치인 빈대 같다 ①봉변을 당하여 낯을 들 수 없게 체면이 깎임을 이르는 말 ②물건이 몹시 납작하여 볼품이 없음을 이르는 말 (장롱을 괴는 받침대인 장발에 눌린 것처럼 납작해진 모양새 비유)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 손해를 크게 볼 것을 생각지 않고 자기에게 마땅치 안 한 것을 없애려고 덤비기만 하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작은 것에 집착하다 큰 것을 잃는다는 뜻)

☆초가삼간 다 타도 빈대 죽는 것만 시원하다 ☆절은 타도 빈대 죽는 게 시원하다 ☆집이 타도 빈대 죽으니 좋다 ☆빈대 미워 집에 불 놓는다 ☆사당 당직은 타도 빈대 당직 타서 시원하다 비록 자기에게 큰 손해가 있더라도 제 마음에 들지 아니한 것이 없어지는 것만은 통쾌하다는 말

 

♧빈대 관련 민담 : 빈대로 들끓는 절을 태우고 스님들이 떠났다는 이야기가 '폐사지'에는 많이 전승돼 내려온다. 그런데 빈대 때문에 절을 태운 이유는 '종이 부역'을 못 견뎌 스님이 절을 떠났기 때문이란다. 닥나무로 종이를 만드는 일에는 불경을 만들어본 스님들이 전문가였기에 닥종이 제조를 할당했을 터인데 빈대 핑계로 힘든 종이부역을 벗어나고 싶었을 것이다.

 

빈대의 생김새

적갈색의 빈대는 두 쌍의 날개를 가진 보통 곤충과 달리 날개가 없다. 다리가 세 쌍, 몸통은 상하로 납작한 형태로 피를 먹기 전에는 약간의 타원형이고 밝은 갈색을 띠나, 피를 먹은 뒤에는 몸이 길게 확장되고 완전히 다른 곤충처럼 보이기도 한다.
성충의 크기는 6.4~9.5mm. 

 

빈대의 특성

암컷 빈대는 하루에 1~5개, 평생 200~500개의 알을 낳는다. 알은 산란 뒤 7~10일 지나 부화하고 다섯 번 껍질을 벗고 나서 성충이 되는데, 알에서 깨어난 미성숙 단계부터 성충에 이르기까지 모두 피를 빨아먹는다.
빈대는 질병을 매개하지 않으나 흡혈로 사람의 수면을 방해하고 미칠듯한 가려움으로 짜증을 넘어 항히스타민제를 먹어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나마 전체 인류의 반은 빈대에 물려도 반응이 약하거나 없다고 하니 그저 반응이 없길 바랄 뿐이다. 

빈대의 주 활동시간은 밤이다. 그래서 인간이 잠 잘 때 피를 먹고 낮에는 몸을 숨긴다. 몸통이 납작하기 때문에 금속·목재 · 섬유 등의 틈새와 구멍에 몸을 끼워 넣고 죽은 듯이 숨어있는 것이다. 

빈대는 특히 따뜻한 온도와 이산화탄소에 반응한다. 시각으로 사람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체온과 숨 쉴 때 내는 이산화탄소를 감지하여 찾아오는 것이기 때문에 캄캄한 방에서 잠자는 사람이 타깃이 되는 것이다. 

빈대는 혈관을 잘 못 찾아 살갗을 이동하며 혈관을 찾을 때까지 물어대기 때문에 상처가 나란히 난다. 
흡혈은 수일에서 일주일 간격으로 하며 흡혈한 뒤 숙주에 머무르지 않고 은신처로 이동한다. 다만 머무른 장소에 분변 반점을 남기며 특유의 냄새를 낸다. 그 냄새가 식물 고수의 향과 비슷하여 동서양이 고수를 빈대풀이라고 하는데 빈대가 이 냄새를 풍기는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 반점이나 냄새를 따라가면 빈대의 은신처를 찾아낼 수 있어 덕분에 낮에도 집중적인 방제가 가능하여 인간에겐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성충 빈대의 수명은 보통 실내기온(18~20℃)에서 9~18개월이다. 온도가 더 높아지면 생존 기간이 짧아지는데 27℃ 에서 15주간, 34℃ 에서 10주간 생존한다. 영하 -16℃에서도 5일 간 죽지 않았으나 45℃에서는 7분 만에 죽었다.

우리나라 기후로 보면 빈대는 봄가을이 살기 좋고 한여름과 겨울엔 주춤할 시기이나, 아파트 구조상 사철 적당한 온도라 빈대가 살기 좋은 곳이 되었다.

 

날개가 없는 빈대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거나 먼 나라를 여행할 수 있는 것은 납작한 형태와 숨는 습성, 그리고 배고픔을 오랫동안 참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빈대 박멸사

일제시대의 신문에 빈대 죽이는 약 광고가 등장한 걸 보면 해방 이전에 빈대가 만연했던 것으로 보인다. 

빈대는 1945년 해방 이후 계속 감소했고 1970년대 초에 거의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빈대를 몰아낸 것은 화학합성제 DDT였다. 절지동물에 대한 DDT 접촉독성을 발견한 공로로 스위스의 파울 뮐러 박사는 1948년 노벨생리학상을 받았다. 60년대 국민학교에서는 아이들 몸 구석구석에 DDT를 뿌려 빈대, 머릿니 등을 박멸해서

80년대가 되자 거의 빈대, 머릿니를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합성살충제의 생태계 교란과 파괴를 경고한 연구가 나오면서 DDT는 퇴출됐다. 대신 빈대, 모기, 머릿니 등은 내성을 갖췄다.

그 후 건축문화의 변화, 주거 내부 환경 개선으로 빈대의 은식처가 없어져 우리나라 토종 빈대는 완전히 근절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지금 전국 곳곳에서 출현하는 빈대는 해외 유입종이든 내성 갖춘 토종 빈대이든 빈대와의 싸움이 끝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계속될 거라는 어두운 전망을 하게 한다.  

23.11.6 질병관리청이 나서서 방역전문가, 해충 방역업체 관계자들을 모아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현재 허가된 방역용 살충제로는 빈대 방제가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은 걸 보면 더더욱 그렇다.

 

빈대 재확산 원인

왜 최근에 빈대가 늘어났을까?

첫째, 국제교류가 늘어남에 따라 해외여행과 물적·인적 자원의 유입 증가를 꼽을 수 있다. 인간의 교류 범위가 좁았던 옛날에는 특정지역에만 머물렀던 모기와 빈대 등의 영역이 인간의 활동반경이 넓어짐에 따라 같이 이동 거리가 길어지고 이동 시간도 빨라진 것이다.

둘째, 우리나라의 주거환경이 겨울에도 충분한 난방이 되어 빈대가 서식하기에 좋게 됐다. 또한 침대문화 발달도 빈대 서식을 돕는 요인이 됐다. 영어 이름 베드버그(bedbug)에서 알 수 있듯이 침대가 매트리스, 용수철, 나무 틈 등 빈대가 은신할 곳이 많기 때문이다.

셋째, 기후 변화로 인한 전반적 기온 상승도 부추겼다고 유추할 수 있다. 항온동물과 달리 생체리듬이 외부에 자극되는 변온동물에게 가장 중요한 게 온도인데 지구가 더워져서 빈대가 성해졌다고 본다.

 

예방이 최선책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빈대가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는 일이다.

특히 외국 여행 뒤에는 여행에서 사용한 가방과 옷가지를 비닐봉지에 넣어 60℃(가정용 의류건조기 온도)에서 2시간을 처리하거나 냉동실에 충분한 시간 (-20℃에서 3일 이상)을 두면 방제가 가능하다.

중고물품을 집으로 들일 때는 진공청소기로 말끔하게 청소하고 뜨거운 김을 쐴 수 있는 드라이어 등으로 빈대가 숨을 만한 틈새에 열을 쬐어 주면 된다.

혹시나 빈대에 물렸거나 빈대 흔적을 발견했다면 시중에 나와 있는 고온스팀기로 빈대가 있음 직한 곳에 쬐면 방역할 수 있다니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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